[바이오타임즈] 후성유전은 세대 간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데 있어 DNA 염기서열의 변화 없이 세포 및 개체 간 차이에 따라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연구 분야다. 즉, 후성유전학에서 말하는 유전은 행위가 아닌 환경이 유전자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후생유전학의 핵심은 DNA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아도 특정 형질이 나타나거나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특정한 세대에 출현한 형질이 다음 세대를 넘어 3세대 이하로 유전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주고 있다.
세포 분화와 같은 다양한 생명현상이 후성유전에 의하여 조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후성유전학적 조절은 암이나 감염병을 비롯한 대부분의 질병 발생에 있어 주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후생유전학에서는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는 평소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유전자’의 형태로 잠복해 있다가 외부의 자극, 즉 물리적 자극이나 화학적 자극 또는 바이러스 자극과 같은 특정 자극을 받으면 암유전자 형태로 바뀌면서 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질병과 관련된 후생유전의 발생 과정을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 또한, 반대로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발현시킴으로써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도 있다.
그런데, 국내 연구진이 이처럼 중요한 후성유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신규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출처 : 브릭
IPMK 효소에 의한 SWI/SNF 단백질 복합체의 기능조절 모식도(자료=한국연구재단) ◇후성유전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신규 분자생물학적 기전 발굴 성공
한국연구재단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세윤, 이대엽 교수 연구팀이 동물세포에 존재하는 이노시톨 폴리인산 인산화(IPMK) 효소에 의해 후성유전학적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고 2일 밝혔다.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선도연구센터 및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5월 12일 게재됐다.
후성유전과 관련한 이노시톨 대사는 동물세포를 포함한 진핵세포의 활성 조절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이노시톨 대사를 관장하는 IPMK 효소와 SWI/SNF 후성인자가 서로 결합함으로써 유전자 발현과 세포 정체성을 제어한다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IPMK 효소 단백질은 이노시톨의 다양한 대사에 관여하는 신호전달 인자로, 세포 내 기능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진 바가 없었다. KAIST 김세윤 교수는 지난 2019년 이노시톨 대사효소는 음식으로 섭취되거나 생체 내에서 합성된 이노시톨(포도당 유사물질)을 인산화해주는 효소이며, 이노시톨 대사가 기존에 알려진 세포의 성장, 신진대사뿐 아니라 뇌 기능 조절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점을 연구를 통해 규명한 바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줄기세포 분화 조절 등의 응용 가능성 제시
연구팀은 IPMK 단백질이 직접 SWI/SNF 후성인자와 결합할 뿐 아니라 특정 크로마틴을 인식하는 과정에 있어 핵심적인 조절작용을 함으로써 SWI/SNF 후성인자에 기반한 정교한 유전자 발현조절에 기여함을 밝혀냈다.
특히 IPMK와 SWI/SNF 간의 조절을 통해 줄기세포의 내배엽 분화가 조절된다는 점을 발굴함으로써, 줄기세포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과정임을 확인했다.
SWI/SNF 단백질 복합체는 염색질 리모델링을 통해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염색질은 DNA, 단백질, RNA로 구성된 거대분자 복합체로, 일차적인 기능은 DNA를 포장하는 것이다. SWI/SNF 단백질 복합체는 염색질 통제를 통해 DNA 손상을 막고, 유전자 발현과 DNA 복제를 통제하는 등의 광범위한 역할을 한다.
이대엽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세포 정체성 및 유전자 발현 조절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는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출처 : 바이오타임즈(http://www.bi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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